무었으로 채웠을까?
해설이 있는 동시집.
저자가 직접 동시 하나하나에 해설을 달아 놓아서 독자가 동시를 읽으면서 저자가 어떤 의미로 이런 시를 ?을까하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겨울 나무
아예 바보가 되어
한 그루 동양화 나무로
겨울을 살고 있네.
듣지 못해도
보지 못해도
말하지 않아도
나무는 묵묵히 서서
무거운 겨울을
들녘 밖으로 밀어내고 있네.
아직도 머언 새 봄
지리한 기다림 속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네.
잿빛 하늘에
가지를 풀어놓고
삭정이로 박혀 있네.
예쁜 것 멋진 것
고운 것들을
다 잃어버리고
빛깔도 모양도
소리도 없이,
새가 날아와도
귀를 막아버리네
눈을 감아버리네.
〔해설〕 겨울 나무는 가지만 드러내고 있으므로 볼품이 없다.
예쁜 것 멋진 것
고운 것들을
다 잃어 버리고
빛깔도 모양도
소리도 없이,
그렇지만 ‘나무는 묵묵히 서서 / 무거운 겨울을 / 들녘 밖으로 밀어내고 있네.’ 겨울 나무는 잠자는 게 아니다. 겨울을 밀어내고 머언 새 봄을 맞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기도를 하는지, 새가 날아와도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봄이 오면 겨울 나무는 더욱 예쁘고 멋진, 고운 것들로 장식할 것이다. 아름다운 빛깔을 낼 것이다. 아름다워지려는 데 얼마나 노력이 필요한가를 깨달을 수 있다. 아니, 기도하는 겨울 나무 그 자체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