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경찰의 딸, 설윤
신라, 최고의 절 황룡사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
참신한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흥미로운 역사추리소설!
자연과 게임이 결합된 미래 세계『싱커』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고,『바람의 사자들』에서 이색적인 고대 세계를 그려 낸 배미주 작가가 역사추리소설『신라 경찰의 딸 설윤』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왕권가의 권력욕과 신분 차별에서 시작된 거대한 음모와 인간상을 다룬『신라 경찰의 딸 설윤』은 역사물인데도 시대적 거리와 이질감 없이 술술 읽힌다. 오히려 시대를 뛰어넘는 진취적인 캐릭터들이 오늘의 독자와 소통하며 인간 본성, 젠더 같은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쌍둥이 남매 윤과 창, 여자라고 차별하지 않으며 자식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설치수와 운영, 권력을 버리고 제 지역민을 위하는 도독 김의승, 인술로 환자를 대하고 약재를 연구하는 외국인 처용, 정글 같은 왕권가에서 흐트러짐 없이 사리 분별하는 홍렴 등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들은 대사 하나, 행동 하나하나에서 잠자던 독자의 의식을 깨운다. 어질고 고운 인물들과 신라 곳곳을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독자의 마음 안에도 맑음이 깃든다. 좋은 사람들의 내면과 행동을 본 독자들은 그들을 따라 한층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토록 오래 두 얼굴로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압도적인 몰입의 뒤안길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실체
『신라 경찰의 딸 설윤』의 묘미는 반전의 인물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리소설이 보통 사건과 트릭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인물에 집중하며 인물들의 갈등과 원인을 중심으로 심리나 대사가 작품 곳곳에 복선으로 깔려 있다.
겉모습과 다른 인물의 실체에 아연실색한 독자는,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인간의 고뇌를 품고 있는 반전의 인물들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권력자의 억압과 신분 차별 때문에 나쁜 일을 저지른 인물들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전의 인물들이 사회의 부조리에 그릇된 자가 되었다면, 설윤과 처용 같은 인물들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근원으로 더디더라도 정직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 바꾸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두 구의 시신, 사라진 살인자, 구해야 할 어린 모대, 약초밭의 비밀, 비마란타 스님의 죽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건과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여운을 가슴에 오래도록 남긴다.
낯설고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신라 경찰의 딸 설윤』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난 신라의 생활상과 옛말의 향기
첫 장, 한 사내의 죽음을 보고, 이방부 좌사의 딸 설윤과 대식국 사람 처용을 만나는 순간 독자는 신라 사람이 된다. 당나라와의 활발한 교역으로 외국인이 머무는 신라, 황룡사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연등제, 신라의 풍경을 굽어보는 황룡사 9층 목탑, 넓은 대로와 기와집들이 즐비한 금성, 국학, 진골과 육두품, 백성들이 모여 사는 마을 등 활력 넘치는 생생한 현장감은 신라의 거리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생경한 옛말은 세련된 인물과 생생한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귀에 착착 감기는데, 지금은 쓰지 않거나 사라져버린 고어의 아름다움과 고어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음미하는 맛 또한『신라 경찰의 딸 설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특별한 여행이나, 낯선 곳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이 책이 그 바람을 바로 이루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