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결같은 순수함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정호승 시인!
35년에 걸친 정호승 시인의 시업(詩業)이 담겨 있는 시선집『내가 사랑하는 사람』. 2003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증보판으로, 15편의 시를 더해 총 93편을 수록하였다. 시인이 '몇날 며칠 어루만져보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보낸' 시들은, 35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한결같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1973년 시 <첨성대>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9권의 시집을 펴낸 정호승 시인은 땅의 고통과 하늘의 꿈 사이에 열려 있는 기도의 통로가 되어 슬픔의 새벽을 노래하는 '첨성대'의 시학을 선보여왔다. 드물게 당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은 한결같은 순수와 정결한 자세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맑은 꿈을 이야기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적 감수성은 우리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적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순수와 정결함에 대한 갈망은 윤동주를, 초기 시에 지배적으로 흐르는 3음보와 4음보의 율격은 김소월을, 선(禪)적 부정성의 정신과 역설의 언어는 한용운과 닮았다. 한편, 시인의 초기 시들은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현실을 참혹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양장본]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니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저자소개
저자 :
정호승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모닥불』 『비목어』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슬픔으로 가는 길
슬픔이 기쁨에게
파도타기
맹인부부가수
혼혈아에게
눈사람
슬픔을 위하여
구두닦는 소년
꿀벌
첨성대
개망초꽃
서대문 하늘
가을일기
서울의 예수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이별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
아기의 손톱을 깎으며
밤 지하철을 타고
새벽편지
새벽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폭풍
부치지 않은 편지
겨울강에서
첫눈
깃발
사북을 떠나며
유관순
삶
강변역에서
별들은 따뜻하다
가을꽃
임진강에서
북한강에서
제2부
새
미안하다
그리운 부석사
밥 먹는 법
물 위에 쓴 시
별똥별
봄밤
연어
봄길
폭포 앞에서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첫눈
흐르는 서울역
허허바다
허허바다
축하합니다
상처는 스승이다
벗에게 부탁함
미시령
겨울밤
못
그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남한강
꽃 지는 저녁
풍경 달다
수선화에게
바닷가에 대하여
달팽이
개미
우물
산낙지를 위하여
세한도
제3부
하늘의 그물
새점을 치며
쌀 한 톨
겨울날
겨울강
서대문공원
들녘
밥그릇
술 한잔
선암사
소년부처
시인
혀
산산조각
바닥에 대하여
장례식장 미화원 손씨 아주머니의 아침
시각장애인식물원
통닭
나의 수미산
겨울부채를 부치며
밤의 십자가
부드러운 칼
벽
국화빵을 굽는 사내
해설·참혹한 맑음과 ‘첨성대’의 시학|김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