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새끼 고양이
“잊히고 버려진 생명을 보살피는 일은
생명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것”
길고양이와 뜻하지 않게 만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동화.
어느 봄날, 승온이가 희재네 강아지 카푸를 보았습니다. 반지르르한 까만 털에 밤톨같이 새까만 눈동자. 게다가 깡총거리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요. 그날부터 승온이는 온통 강아지 생각뿐입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집에 온 것은 빼빼 마르고 비실거리는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며칠 전 엄마랑 빵집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인데, 승온이로서는 팔짝 뛸 일이지요. 새끼 고양이는 쭈꿈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얻습니다. 있잖아요, 조그만 문어처럼 생긴 주꾸미. 그 주꾸미를 닮아 붙인 이름이라니, 쭈꿈이는 영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쭈꿈이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밥도 얼마나 잘 먹는지 몸이 투실투실해지고 털에도 자르르 윤기가 돕니다. 가만히 보니, 쭈꿈이도 잘하는 게 많습니다. 강아지 카푸처럼 인형 물고 오기는 기본이고, 거실에서 달리기, 개수대 위로 사뿐 뛰어오르기. 빠삭빠삭한 비닐봉지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쭈꿈이의 가장 큰 매력은 푸르스름한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볼 때의 표정입니다.
쭈꿈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승온이가 분명하게 알게 된 일이 있습니다. 잠깐 열린 문으로 쭈꿈이가 가출을 한 것입니다. 밤늦게까지 찾아다니던 승온이가 마침내 쭈꿈이를 만납니다.
‘미안해, 쭈꿈.‘
승온이는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하며 쭈꿈이를 품에 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게 쇠약해지고 이상행동을 하던 쭈꿈이가 동물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피할 수 없다지만, 승온이는 이 시간을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