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묻다
화장실 부족 문제로 고통 받는 인도 여성들의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먹고 자고 또 배설을 해야 살아갈 수 있지요.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주제지만 배설은 기본적인 생리 현상이고, 화장실 문제는 인권과도 직결됩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대해서 말조차 꺼내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도 시골 마을의 라티카와 같은 소녀들입니다. 이 책 『달을 묻다』는 화장실 부족 문제로 고통 받는 저개발 지역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입니다.
라티카는 달을 땅에 묻어 버리고 싶어요. 밝은 달 때문에 마음 편히 볼일을 볼 수가 없거든요. 라티카가 사는 인도의 시골 마을 판다람에는 화장실이 없어요. 그래서 여자들은 사람들 눈을 피해 매일 밤 ‘수치의 벌판’으로 가서 볼일을 봅니다. 인적이 드문 캄캄한 벌판이 판다람 여자들에게는 화장실이지요. 달빛이 밝으면 누가 볼까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어요. 달이 있어서 좋은 점은 뱀이나 전갈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정도예요.
라티카는 아무리 목이 말라도 학교에서는 물 한 방울 마시지 않습니다. 물을 마시면 또 ‘수치의 벌판’에 가고 싶어질 테니까요. 그래도 라티카는 학교에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라티카의 언니 란지니는 열두 살이 넘었다는 이유로 학교에도 가지 못해요. 생리가 시작되면 더는 학교에 다닐 수가 없거든요. 학교에 가지 못하자 란지니는 화가 나서 이곳저곳에 발길질을 해대요. 그런 언니를 보며 라티카도 속상합니다. 열두 살이 되면 라티카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거예요. 라티카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남자애들을 보며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판다람 마을에 정부에서 온 낯선 사람이 나타납니다. 나비넥타이를 맨 사미르 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습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엔지니어가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만들어 줄 거라고요. 남자들은 전기, 여자들은 우물, 남자아이들은 크리켓 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못합니다. 라티카는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부끄러운 말은 절대 해선 안 된다며 엄마가 말립니다. 하지만 라티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접 엔지니어가 되기로 마음먹지요. 엔지니어는 ‘뭔가 필요한 걸 만드는 사람’이라고 사미르 씨가 말했거든요. 라티카는 밤마다 가슴 졸이게 만드는 달을 땅에 묻는 대신 꼭 필요한 화장실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아직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야외에서 배변을 해야 하는 사람도 6억 명이 넘는다고 하지요. 화장실 문제는 특히 여성들에게 더 큰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화장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모른 척 덮어 두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이 이야기는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 인권, 나아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우리 모두의 권리에 대해 이 책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