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장기려
의사의 길, 생명의 길, 뜨거운 진심을 담은 소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하나의 생명이었다!
장기려는 이념을 떠나, 복잡한 정치상황을 떠나 언제나 오직 ‘생명’에 충실했다. 돈이나 명예에도 연연하지 않았고,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가난한 자나 부자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모두 평등한 하나의 ‘생명’이었다. 소설 속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일성을 수술하고 나서 그 공로를 치하하자 “저는 특별히 신경 쓴 게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 환자가 돈이 있나 없나, 지위가 높은가 낮은가 따위는 상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김일성이 “만약 지금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닌 이승만이라 해도 그랬을 거냐”고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장기려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기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에게 가장 최우선하는 것은 ‘생명’이었고 젊은 시절 자신의 서원이었다. 이러한 확고부동한 자기 신념과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편안하고 안정된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언제나 마음속에 하나의 서원을 품고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꿋꿋이 걸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 소설 속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와도, 세상의 그 무엇이 유혹해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의 뜨거운 진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