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은 없다 : 국뽕 시대를 넘어서
국뽕 시대에 읽는 한국 문화론한국의 정체성에 관해 오랫동안 천착해 온 철학자 탁석산이 신간 『한국적인 것은 없다』에서 도발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우리 문화에 대한 국수주의적 뿌리 논쟁을 그치고 이 시대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무기로서의 문화를 적극 수입·발굴해야 한다는 것. 그는 시대를 초월해 고정불변하게 이어져 온 [한국적인 것]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한국인의 가치관이나 미의식 등은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거나, 시대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찾으려는 강박이 우리 문화를 정체시키고, 썩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탁석산에 따르면 문화는 [인공 식물]이다. 의도적으로 이식하고 물을 주고, 힘을 합쳐 돌봐야 한다. 문제는 [국적]이 아니라 [수준]이다. 그는 높은 수준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물길을 댈 때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와 과학 기술의 도전에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 책은 한국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국뽕(과도한 애국주의나 국수주의) 현상도 겨냥한다. BTS, 손흥민 등 세계 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인에 대해 [한국의 우수함을 증명]한다는 식의 과도한 의미 부여는 개인의 성취를 국가의 성취로 여기던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 문화의 고유성에 집착하던 [왜소한 시대]와 작별하고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