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자
1925년 1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소설. 주인공 복녀가 가난 때문에 추악한 현실 속에서 동물적인 인간상을 폭로하며 타락해 가다가 죽음으로 파멸하는 삶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주의의 결정론 사상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복녀는 가난했지만 정직한 농가의 유교적 가율(家律)로 자란 농민의 딸이요 막연하나마 도덕에 대한 저품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시집간 20년 연상의 남편은 게으르고 무능했기 때문에 전답도 없어지고 신용도 떨어져 막벌이는 물론 행랑살이마저 못하게 되자 칠성문 밖 빈민굴로 쫓겨나 살게 된다. 복녀가 빈민굴로 온 그해 여름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들끓었다. 이를 없애는데 이곳 아낙네들을 인부로 쓰게 됐다. 복녀도 굶고만 있을 수 없어 인부로 자원했고, 어느 날 이 일에 나갔다가 감독의 호감을 산다. 그로 인해 복녀도 여느 여자인부처럼 작업대신 정조 제공만으로 품삯을 많이 받게 된다. 이때부터 복녀는 도덕과 인생을 보는 눈이 달아진다. 송충이잡이는 여름으로 끝났다. 그후에도 복녀의 매음은 계속됐고, 가을에는 중국인 채마밭의 감자며 배추를 도둑질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밤 복녀는 고구마 한 바구니를 도둑질하고 일어서다가 주인인 왕서방에게 들켜 죄의 대가로 몸을 판다. 이를 계기로 왕서방은 수시로 복녀와 매음하게 된다. 그후 왕서방이 처녀를 마누라로 사오자 복녀는 질투심에 불타 낫을 품고 신혼방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복녀는 도리어 왕서방의 손에 죽고 만다. 사흘 뒤 복녀의 시체는 왕서방과 남편 등의 흥정과 모의에 의해 뇌일혈로 죽었다는 진단에 따라 공동묘지에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