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염소나타
1929년 1월 1일에서 12일까지 『중외일보』에 연재된 김동인의 단편소설. 이 작품은 ?광화사?와 함께 김동인의 유미주의 작품 계열의 대표 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작곡가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 살인, 방화 등을 저지르며 사회적 금기를 깨뜨리는 백성수(白性洙)라는 작중인물을 통해 작가의 핵심적인 사상인 예술지상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옹호의 태도가 피력되고 있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의 도입에서 작중화자로서 “내 이야기”를 서술하겠다는 ‘나’의 시점과, 음악비평가인 K가 ‘사회 교화자 모씨’에게 천재 작곡가 백성수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K의 1인칭 관찰자 시점, 그리고 작중에 소개된 백성수가 K에게 보낸 편지에서의 백성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액자소설의 구성과 작중에서의 서간체의 사용 등은 김동인이 추구했던 단편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 K와 백성수의 만남은 이른 봄 어느 날 예배당에서 이루어진다. 명상에 잠겨 있던 K는 백성수가 예배당으로 뛰어 들어와 미친 듯이 연주한 곡에 넋을 잃고 만다. 마침 백성수가 과거 자신의 동창이었던 천재 음악가의 아들임을 알게 된 K는 백성수의 재능을 높이 사 후견인을 자처하게 된다. 백성수는 과거 어머니의 돌봄으로 광기를 숨기고 안정된 생활을 했지만, 어머니가 병환으로 중태에 빠지자 의사를 부를 돈을 구하기 위해 담뱃가게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감옥에 가게 된다. 백성수가 출감되었을 때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묘소도 알 수 없게 되었는데, 그로 인한 복수심으로 백성수는 과거 자신의 처지를 감안해주지 않았던 담뱃가게에 불을 지른다. 그 방화로 인해 그의 내면의 야성과 광포성이 깨어나던 바로 그 날 예배당에서 ‘광염 소나타’를 연주했던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백성수는 작곡이 진행되지 않을 때면 방화를 통해 영감을 얻기를 반복하게 되고, 사체를 강간하는 등의 기행을 통해 작곡을 이어가다가 끝내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모씨’에게 들려주며 K는 시종일관 백성수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는데,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K의 이러한 태도를 통해 김동인의 예술적 지향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