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
시인 박남준, 유용주, 안상학과 소설가 한창훈. 2005년 4월 한 배를 타고 남지나해와 인도양을 항해한 네 작가의 여행기이다. 부산에서 아라비아반도의 두바이까지, 컨테이너선 '하이웨이호'를 타고 떠난 21일간의 바다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네 명의 작가들 중 맏형 격인 박남준 시인은 이번 여행을 담백한 산문과 몇 편의 시로 풀어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유용주는 단상과 단문으로 짜인 산문의 묘미를 보여준다. '물방울들'이란 이 꼭지는 그의 산문집인 <쏘주 한 잔 합시다>에, '아름다운 것은 독한 벱이여'란 제목으로 실린 바 있다.
안동에서 일평생을 보낸 안상학 시인은 여덟 편의 시와 여덟 편의 산문으로 바다 비단길 3만리 이야기를 펼친다. 여행을 주도한 한창훈은 투박하고 걸쭉한 입담으로 스무하루간의 여행일지를 작성했다. 입출항에 따른 선원들의 급박한 작업도 현장감 있게 묘사했다.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가족들 친구들과 떨어져 외롭고 고된 항해를 계속해야 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하이웨이호의 선원은 22명. 모두 남자다. 네 작가는 이들 중 15명의 선원을 인터뷰했다. 선장에서부터 20년 젊음을 배에서 보낸 갑판수, 승선경력 21년의 조기장과 아직 대학에 재학 중인 스물두 살 실습생까지, 바다 사나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에는 사람살이의 냄새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