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사람들과 전국노래자랑
누구나 생각하는 동화는 뽀송하게 마른 빨래처럼 마음을 환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동화는 조용한 마을에 내려앉은 UFO 같습니다. 또 다르게 말하면 손가락 끝으로 ‘톡톡’ 자판을 두들겨 써 내려간 동화가 아닌,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쓴 것 같은 느낌이 들게도 합니다. 마치 가슴 위에 무거운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그래도 동화는 마음 한곳을 그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 싶게 만듭니다. 동화 속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를 타는 무당이 나오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바보가 나오고, 또 베트남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나라로 시집 온 며느리들이 나옵니다. 그래도 숨을 고르며 동화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왜 서울에서 자동차로 여섯 시간 넘게 걸리는 지루한 남쪽 끝, 작은 항구의 산동네를 동화의 배경으로 끌어들였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이 동화를 가만히 읽다 보면 동화 속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부터 한겨울 벙어리장갑 같은 따스함으로 가슴 한 켠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또 “뻥이요”란 소리와 함께 콧속으로 ‘훅’ 빨려 들어오는 뻥튀기의 구수함까지 묻어납니다. 아니면 그늘진 마음 한구석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일 수도 있고. 또 모든 사람들을 열두 살로 돌려놓는 마술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