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甄萱)
아홉 살 난 견훤은 백제 의자왕(義慈王)의 8대 손(孫)인 부여 아자개(阿慈介)의 아들이었다. 하루는 견훤이 아버지가 거처하는 사랑으로 들어가 맞은편에 단정히 앉았다. "아버님, 집에 비장해 두신 품칼을 제게 주십시오" "그것은 왜?" 아버지가 놀라며 견훤을 돌아보았다. "집을 떠나 장차 힘을 기르겠습니다.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걸리더라도 백제국을 재 건하고 신라에 원수를 갚겠습니다" 견훤의 이 같은 결심을 듣고 아자개가 눈물을 흘리며 견훤에게 칼을 내주니 견훤은 칼을 품고 길을 떠났다. 견훤이 칭송이 높은 도승을 찾아다니며 산으로 평지로 무정처한 방랑을 계속 하고 있을 때, 동수(桐藪)란 곳에 이르렀다. 그곳 개천에서 멱을 감던 견훤은 산채(山菜)를 씻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하였다. 열 살이 약간 넘을 듯한 애꾸눈의 그 상좌아이는 이름이 선종(善宗)으로, 그 곳에서 멀지 않은 동화사란 절에서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