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강아지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하러 가다가 도롯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들과 그 위로 날아다니는 꼬리박각시를 보았다. 이 꽃 저 꽃 사이를 바삐 옮겨 다니는 모습이 단순히 바람이나 쐬려고 그러는 건 아닌 듯했다.
공중에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비행하며 꽃의 꿀을 빨아 먹는 모습이나 작은 새의 체형을 닮은 몸 생김새, 갈색빛이 도는 날개 등은 흡사 남아메리카에 주로 사는 벌새와도 같았다. 사람들이 꼬리박각시를 나방이 아닌 벌새로 오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일 초에 수십 번씩 날갯짓하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나방의 모습에서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왠지 모를 안타까움도 함께 느꼈다. 꿀 한 모금을 얻기 위해 저토록 온몸을 불사르며 노력해야 하는가 생각하니 가슴 한쪽에 뜨거운 무언가가 잠시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어쩌면 저 나방은 날마다 꿈결 같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벅찬 환희를 맛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꼬리박각시가 코스모스 꽃에 대롱을 갖다 대곤 맨 처음 들이키는 천연의 꿀맛만큼은 아니더라도, '집 없는 강아지' 동화책이,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이에게 감미로운 꽃꿀 같은 깊은 향기와 즐거움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