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
“십대의 6만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세상에 이유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
“언제 어느 때고 네 존재를 알리란 말이야.
나는 나다! 나는 여기에 있다!”
[줄거리]
“귀 닫고, 입 닫고 살면 편한 거 같아도 사실 그렇지 않아.
그러면 마음속에 가스 같은 게 차거든.
그 가스가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몰라.”
“방귀를 뀌고 싶으면 그때그때 뀌어주어야지
참고 참으면 나중에는 더 지독한 방귀가 되는 거야.”
‘서일’이는 건물주의 아들이다. 하지만 서일이 아빠는 단 한 번도 서일이에게 건물을 물려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빠는 이미 오래전에 서일이를 포기했다. 어차피 공부에는 뜻도 없는 아이에게 공연히 시간 낭비, 돈 낭비할 필요 없다고 말이다.
원래는 큰누나가 건물주 대기 1호, 작은누나가 건물주 대기 2호였다. 그런데 아빠의 전부였던 큰누나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지 2년 만에 바람난 외국 남자에게 차이고 아빠에게 붙들려 왔다. 그 뒤로 ‘치킨의 장인’이 되는 게 자신의 오랜 꿈이었다며 대학원도 안 가고 집에서 두문불출, 치킨 레시피를 연구하며 아빠 속을 뒤집는다. 큰누나의 존재에 가려졌던 작은누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의 달인이었고 전문대를 졸업하자마자 혼전 임신을 해 결혼했다.
중학교 2학년인 서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늘 맞고 다니는 아이였다. 뒤탈이 무서워서 맞으면서도 달려들지 못하고, 왜 맞아야 하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때리던 아이들도 어느 날부터인가는 그조차도 생략했다. 아이들은 그냥 때렸고 서일이는 그냥 맞았다.
그런 서일이를 친동생처럼 잘 챙겨주는 ‘짱구 형’은 서일이의 아빠가 운영하는 치킨집 아르바이트생이다. 열다섯 살 미혼모에게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방황도 많이 했으나 지금은 자신의 치킨 집을 내는 꿈만 생각하고 성실하게 잘 살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에,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어느 것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는 ‘영준’이가 서일이네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된다. 영준이는 서일이를 인정해주는 최초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이용해 먹으려고 잘해주는 척하는 거라고 믿었고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괴롭힐 거라고 생각해서 시키는 대로 했었다. 하지만 영준이는 다른 아이와 달랐다. 영준이는 서일이의 그늘막이 되어주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도 모르게 억울함과 분노를 처리해주었다. 은밀하고 영리하게!
영준이와 서일이, 그리고 영준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기승이와 준이, 이렇게 넷은 단톡방을 만들었고 주로 그곳에서 소통한다. ‘이번에는 누구지? 누가 영준이 눈에 들어왔을까?’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6만 시간’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짱구 형’이 자신처럼 되지 말라면서 그토록 말해주고 싶었던 ‘6만 시간’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