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랜드 3
꿈과 환상이 현실이 되는
루돌프의 나라
기적을 믿는 자만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선물
어느 겨울 날 갑자기,
예기치 않는 초대.
그리고 여기와는 다른 세상의 존재...
상상이 현실로 존재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줄거리]
아선이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의사 선생님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한 병을 앓고 있는 엄마가 어서 완쾌되었으면 하고. 엄마 대신 이모와 함께 사는 아선이는 하루하루가 무료하다. 수줍음이 많은 탓에 친구도 없이, 눈사람만을 만들고 노는 아선이. 그러던 아선이 앞에 어느 겨울 날, 믿을 수 없는 신비한 일이 벌어진다.
[본문]
문득 지금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금방 밤이 될 것이다.
“안녕, 이브. 안녕, 보이.”
아선이가 황무지로 뛰어갔다.
이브는 심장이 빛 바란 여름의 잎사귀처럼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태양의 밝은 빛은 처음으로 낯설었고, 흑백으로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마치 이 모든 것이 앞으로는 영영 기억될 리 없는 얼룩으로 지워진 사진 속 한 장면 같았다.
“이브 넌 앞으로도 쭉 내 친구야!”
아선이가 멀리서 외쳤다.
이브의 눈앞이 흐려졌다. 겨우 멈췄던 눈물이 큰 물방울로 이브의 볼을 적셨다. 이브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제자리서 깡충 뛰기 시작했다.
“외눈박이 괴물을 조심해! 무사히 엄마와 만나길 빌게! 꼭 그래야해!”
아선이가 손을 흔들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아선이 역시 울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이브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귀엽고 사랑스런 친구는 이제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보고 싶을 거야, 아선아.”
이브가 주억거렸다.
“아선이는 무사히 바깥세상으로 가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해. 저 얘는 보통이 아니니까.”
보이가 다시 이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브는 그의 손을 벗겨 내지 않았다. 그는 보이와 함께 멀어져 가는 아선이를 바라보았다. 이제 아선이는 보이지 않았다. 남았던 실루엣은 어느새 지워지고 없었다. 하지만 이브는 그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있었다. 보이와 함께.
*
요정은 깨끗하게 씻긴 그릇을 접시 걸이에 꽂아 두고 그릇과 포크 등은 물이 마르게 플라스틱 통에 거꾸로 엎어 놓았다. 할 일을 끝낸 그는 그 자리에서 졸기 시작했다. 성게처럼 생긴 괴상한 열매가 그의 앙상한 가지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 덕분에 조금이지만 어색했던 식탁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저게 뭐죠?”
“요정이 악몽을 꾸는 모양이구나. 악몽을 꿀 때면 늘 저러거든.”
“그럼 좋은 꿈을 꿀 때면 사과처럼 예쁜 열매가 열리는 거예요?”
“그렇지. 가끔은 꽃이 피어나기도 하고.”
산타가 말하면서 요정에게 다가갔다. 보기에는 우악스러워 보이지만 세심하고 배려하는 손길로 그 열매를 터트려 주었다. 방귀 뀌는 소리가 났다. 산타는 내가 아니라는 듯 손바닥을 내밀어 흔들었고, 아선이는 웃겨 죽겠다는 듯 키득거렸다. 열매가 터질 때마다 엄청난 방귀 소리가 뿌르릉 뿡뿡하는데도 요정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산타가 그렇게 해준 탓일까. 요정의 가지에서 장미처럼 생긴 파란 꽃 하나가 올라왔다.
*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어딜 봐도 굴뚝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현대식 건물도 그렇지만, 하물며 초가집 건물이 굴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산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빨간 자루를 묶고 있는 초록색 끈을 풀었다. 마치 살짝 덮여 있는 눈 속에 굴뚝이 새초롬하게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이제 어떡하죠?”
“아까 내가 준 코르크 병 기억하니?”
그는 짐을 풀며 말했다.
“네.”
“마개를 열어서 거기에 있는 씨앗 하나를 눈 덮인 지붕의 아무 곳이든 심어 보겠니?”
“아무 곳이나요?”
“그래, 아무 곳이나.”
아선이는 산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발밑이 진동하더니 굴뚝 하나가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다. 산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선이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었다.
“만일 이 굴뚝을 내려갔는데 거기가 안방이나 화장실 같은 곳이면 어떡하죠?”
“걱정 말거라, 얘야. 거실과 연결되어 있을 게다.”
아선이는 걱정과 불안을 침으로 삼키고 산타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산타는 아선이를 굴뚝 안으로 먼저 내려 보냈다. 그리고 선물이 한가득 들어 있는 빨간 자루를 짊어지고는 아선이를 뒤따랐다.
지은이_하동완: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환상성, 상상해 왔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기에, 지금도 손에 맞는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