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 울이 있다
시조는 낡고 퇴색한, 과거의 유물일 뿐일까?-동시조계에 내딛는 새로운 발걸음, 동시조집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출간!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에게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란 어떤 존재일까? 아마 수능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각 단어의 함의와 화자의 심경 변화 등을 달달 외워야만 하는, 그런데 길이가 아주 길어 외우기 힘든 작품일 것이다. 이 길고도 어려운 작품을 재미로 읽고 번역까지 했다는 아일랜드 출신의 외국인이 있다. 바로 제 25회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인 번역문학가 케빈 오록이다.케빈 오록은 재미 삼아 시작한 한국의 고전 시가 번역이 평생의 업이 되어, 그동안 25권 2000수가 넘는 우리 시 작품을 번역했다고 한다. 그는 윤선도의 연시조 「어부사시사」의 “만족스러운 번역을 얻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이야기하며 “요즘 한국 고전문학을 재미로 읽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케빈 오록의 이 이야기가 놀라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무리 연시조라지만, 하나의 시조를 만족스럽게 번역하는 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도 일단 놀랍지만, 한국인조차 재미로 읽지 않는 한국 고전문학을 아일랜드 출신인 그가 재미로 읽는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인식과 전반적인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움을 안겨 준다.시조는 시험에 나오니 읽어야, 아니 외워야만 하는 낡고 퇴색한 과거의 유물로 여겨지는 오늘날, ‘좋은 동시는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한다’고 믿는 출판사 푸른책들의 동시집 시리즈 푸른 동시놀이터에서 첫 동시조집 『우리 속에 울이 있다』를 출간했다. 그동안 푸른 동시놀이터가 윤동주 동시집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푸른 동시놀이터 001), 박목월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푸른 동시놀이터 002), 그리고 가장 많은 언론의 조명과 독자의 관심을 받았던 최초의 정지용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푸른 동시놀이터 004) 등을 출간하며 한국 동시문학사의 주요한 성과들을 다시금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힘써 왔다면, 이번 박방희 동시조집 『우리 속에 울이 있다』를 기점으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한국 고전문학의 밝은 미래를 희망하며 동시조계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