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리
사람 사는 냄새 폴폴 나는 점말 '길수네' 이야기
『방구리』는 질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점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주인공 길수네는 그날그날 옹기를 내다팔아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가난한 형편입니다. 유달리 방구리를 잘 만들었던 엄마는 어느 날 집을 나가 몇 년째 소식이 없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엄마가 돌아오길 온 가족이 손꼽아 기다립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씩씩함을 잃지 않으려는 길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어린이들의 감성을 순화시켜 줄 책입니다. 또한 인물과 배경을 따듯한 색감과 감성적인 느낌으로 잘 나타낸 그림도 주목할 점 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방구리'는 주로 물을 긷거나 술을 담는 데 쓰는 질그릇을 말합니다. 질그릇이란 진흙만으로 만들어 구운 그릇을 말합니다. '질'은 '흙'이란 뜻이지요. 그러니까 질그릇은 흙그릇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 즈음에 플라스틱 그릇이 새로 나오면서 전통 그릇이었던 질그릇이 점점 밀려나 지금은 가마터도 다 사라졌고, 그 당시에 쓰던 질그릇도 없어졌습니다.
질그릇은 따뜻한 정이 듬뿍 들어 있는 그릇이었습니다. 질그릇 값으로 주는 곡식에 마을 사람들의 후한 인정이 묻어났고, 걱정이 있으면 서로 나누는 끈이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진흙으로 만들어 구운 질그릇은 산소가 잘 통해서 음식을 담아 놓아도 잘 상하지 않았습니다. 최은순 작가는 방구리 이야기를 통해서 옛 시절의 그리움들을 다시 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조상들의 지혜가 요즘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르침인지 짚어 주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