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산타
블랙 산타를 들어 본 적이 있다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블랙 산타는 어둠 속 그림자처럼 남몰래 집 안에 숨어들어 선물을 가져가는 산타거든요. 아무도 모르게 산타들 틈에 숨어 다녀서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답니다. 이 굴뚝에서 저 굴뚝으로, 잿빛 세상을 누비며 행복과 기쁨이 담긴 선물을 훔치는 블랙 산타! 남몰래 기쁨과 행복을 나누어 주고 다니는 산타클로스와는 정반대라니까요. 판화 기법으로 그림책 속에 외로움이 행복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새겨 왔던 작가 김명석의 『블랙 산타』에는 이 낯선 산타의 이야기가 실낱같이 가느다란 연필 선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사실, 블랙 산타는 외로운 아이였답니다. 쓸쓸하고 추운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선물을 줄 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너무 외로웠던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뛰어들기로 합니다. 선물을 건네는 산타가 아닌, 선물을 가져오는 산타, ‘블랙 산타’가 된 겁니다. 하지만 선물 꾸러미가 가득 차도,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외로움은 가시지 않습니다. 뭐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요? 그래도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없어질까 걱정은 말아요. 내일 아침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감쪽같이 제자리에 놓여 있을 테니까요. 이제 블랙 산타네 문을 두드려 보세요. 기다란 혀를 쭉 내밀어 선물을 건넬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