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저자 : 최성락
초등학생 때 읽었던 『장발장』에서, 자베르 경감은 착한 장발장을 집요하게 뒤쫓는 나쁜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완역본으로 다시 읽은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은 그저 악당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는 경찰로서의 자기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시대의 한 부분을 대표하는 비중 있는 주인공이었다. 요약본인 『장발장』과 완역판인 『레미제라블』은 그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소설 말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원래 경제학과 행정-정책학을 전공했다. 이런 분야에서도 요약본이나 개론서를 읽는 것과 원본을 한 줄 한 줄 읽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원본이 요약본 등으로 가공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저자의 시각에 따라 변질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이런 경향이 가장 큰 것은 역사 관련 서적인 것 같다.
서점에는 전공자들이 쓴 역사책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전공자가 쓴 역사 분야의 개론서나 요약본은 마치 적힌 내용 ‘모두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 박식한 저자가 복잡한 내용을 명쾌하게 정리해놓은 결과물로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역사의 상식’이란 것이 과연 진실이었을까 자문해보면 회의가 들 때도 많다. 원전과 완역본을 챙겨 읽게 된 요즘에 와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원래 필자의 전공은 역사가 아니지만, 그렇게 원전을 한 권 두 권 쌓아가고, 질문을 하나 둘 모아두다 보니 어느덧 역사 관련해서 3번째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원전도 만능은 아니다. 원전도 나름의 시각을 독자에게 강요한다. 다만 현대에 만들어진 책의 시각과는 달리 원전이 강요하는 시각은 현대가 아닌 그 시대의 시각이라 사료적 가치가 있다. 원전을 읽는 것만으로 세상에 대한, 특히 역사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알고 구성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독자로서는 역사를 보는 시각과 관점을 늘려간다는 점에서 마냥 비관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를 찾아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이 역사의 즐거움을 찾고 역사의 다양한 시각, 관점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첫 책은 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보는 한국 사회 대중심리를 연구한 『우리는 왜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가』이다. 그 뒤 『경영학은 쉽다』라는 경영학 입문서를 집필하고 『대한민국 규제백과』,『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로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짚었다. 한때 사학도를 꿈꾸었고, 경영학 교수가 된 뒤에도 『조선왕조실록』 400권을 완독할 정도로 역사를 향한 변함없는 열정은 『말하지 않는 한국사』와 『말하지 않는 세계사』의 집필로 이어졌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Assis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양미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화보-4
『이코노미스트』에 대해서-17
들어가는 글-23
제1장 조선의 개항
조선을 너무나 사랑했던 범죄자, 오페르트의 두 얼굴-31
보이지만 갈 수는 없는 세계 최후의 개방국-39
수천 년을 이어온 중계 무역의 종말-46
◆ 조선의 산은 민둥산-52
◆ 지나치게 유능했던 조선 관료의 부패-56
제2장 서구 제국주의
목표는 완전한 시장 개방-63
아시아 국가와의 통상은 왜 군대 파견으로 귀결되나-70
서구인과 아시아인은 다르다--76
백인의 시대는 끝나간다--84
서양이 패배한 전쟁, 병인양요-89
영국과는 정반대인 일본의 제국주의-94
◆ 부산이 일본의 식민지였다고--98
제3장 조선의 경제
조선의 세관 책임자는 외국인-105
먹고살기 힘든 조선의 수출품, 쌀-111
일본은 조선의 주요 무역 파트너, 그러면 조선은 일본에게 어떤 무역 파트너--117
제4장 청나라와 조선
서양인들은 청일전쟁을 어떻게 예상했나-123
왜 청일전쟁을 한국전쟁이라 부를까-129
일본은 이제 전쟁을 끝내라는 서양의 요구-135
삼국간섭과 일본의 분노-140
일본의 식량 공급지-포모사-145
청나라 이홍장과 서구 열강의 이권-148
제5장 러시아와 조선
아관파천, 두 갈래 길에 놓인 조선의 운명-157
예고되는 러일전쟁-163
러시아의 만주 점령-169
영일 동맹-174
◆ 러일전쟁을 둘러싼 막후 관계-179
제6장 한일 합방
일본의 조선 지배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시각-185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192
한일병합-198
◆ 1870년대의 조선과 1900년대의 조선-203
나가는 글-208
연표-212
연도별 사건-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