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가 오면 나타나는 빗물 아파트
우리나라만큼 아파트가 많은 나라는 세상에 없습니다. 아파트는 편리하기는 하지만, 윗집 아랫집, 앞집, 옆집에 누가 사는지, 그곳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서로 잘 알고 지낼 수만 있다면, 어려운 일은 돕고, 즐거운 일은 함께 나눌 수 있을 텐데요. 우리가 사는 마을에 그런 아파트는 정말 없을까요?
《빗물 아파트》는 우리가 사는 아파트랑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꼭 하나 다른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비가 올 때만 보인다는 거예요. 아파트 건물만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함께 보입니다. 우리가 걷는 길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고, 우리가 바라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나타납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이, 너무너무 빠르게 사라져 버리지요. 해가 뜨면 말라 버리는 빗물처럼 말이지요.
저자소개
저자 : 김연희
저자 : 김연희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데, 특별한 날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숨어 있던 친절과 고마움들. 비가 올 때만 보이는 빗물 아파트처럼. 이 이야기는 정말 있었던 일이에요.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한 달 간의 이야기를 빗물이 빚어낸 세상 속에 담았습니다. 울퉁불퉁한 길바닥에 고인 빗물들. 나뭇잎과 풀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얼굴들을 찾아내려고 몇 해 동안 봄·여름·가을·겨울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책은 나의 첫 그림책입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수박 껍질과 하얀 절편》, 《함께 드실래요?》가 있습니다.
그림 : 차영경
빗물 고인 웅덩이들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은, 마치 맛난 냄새가 나는 음식을 군침 흘리며 떠올려 보는 일과 같았습니다. 내가 하는 작업이지만 나조차도 무엇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작업이었으니까요. 길고 긴 작업 끝에 내 눈 앞에 나온 이미지는 나의 첫 번째 그림책 《네모》와는 또 다른 맛이 났어요. 단순한 선과 면, 갖은 빛깔들이 어울려 여러 모양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참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