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의 얼굴들
새로운 시의 얼굴들'이 말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시의 새로움과, 그것을 읽는 시각의 새로움이다. 시의 새로움은 시각의 새로움에 의해 포착된다. 그런 까닭에 쓰기보다 읽기에 주도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주도권은 일방적이지 않다. 시인들은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시를 씀으로써 잃어버린 주도권을 찾는 데 능한 사람들이다. 이 부분에서 낯선 사유가 언어화한다.
시에는 시인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새로운 의미들이 숨겨져 있다. 시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드러내는 데에 시 읽기의 매력과 어려움이 있다. 시를 읽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문적인 평론가처럼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읽는 이의 주관적 감성에 근거해 수필을 읽듯 자유롭게 읽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최대한의 공감과 최소의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면에서는 수필을 읽듯 시를 읽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경우 시인의 감성과 읽는 이의 감성이 공명한다. 이 공명은 다른 시집을 읽는 길로 나아가게 함으로써 시의 영역을 확장하게 한다. '새로운 시의 얼굴들'에 수록된 시집들은 주로 2000년대에 발표된 시집들이다. 내 읽기는 전문적 읽기와 자유로운 읽기의 사이에 자리한다. 물론 사이라는 말은 단순하지 않고 어려울 수 있다. 어려운 시들은 어려운 대로 쉬운 시들은 쉬운 대로 인식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관건은 세련도 전통도 난해도 쉬움도 아닌 새로움에 있다.
1990년대에 나온 마종기 시인의 '조용한 개선'과 염명순 시인의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에서 2015년에 나온 김주대 시인의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에 이르는 스무 권의 시집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시 언어의 다채로움과 이미지의 생동감이다. 이번 읽기는 과학 이론에 근거해 시를 읽는 것에 내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언어의 마법사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가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