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과거 비극의 가해자와 공범자가 희생자로 둔갑하고, 누가 더 큰 희생자인지를 놓고 희생자와 희생자, 희생자와 가해자가 경쟁하는 웃지 못할 소극을 마주하고 있다. 가해자와 희생자, 희생자와 방관자, 희생자와 희생자 사이에서, 그리고 과거에 연루된 전후세대 사이에서 복잡다단한 기억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그리고 비극의 역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어야 하는가?’
이 책은 그동안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탈민족 담론을 주도하며 한국 지식사회를 흔들어온 역사가 임지현 교수가 ‘기억 활동가’로 변신을 꾀하며 내놓은 것이다. 그는 ‘기억 연구(Memory Studies)’를 통해 홀로코스트, 식민주의 제노사이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어떠한 기억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피며, ‘기억’과 ‘책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기억 문화를 되돌아보고, 민족과 국경에 갇힌 기억을 넘어 전 지구적 기억의 연대로 나아갈 길을 찾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저자소개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엥겔스와 민족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이며,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창립 소장이다. 바르샤바 대학, 하버드-옌칭연구소,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베를린 고등학술원, 파리 2대학, 빌레펠트 대학, 히토츠바시 대학 등에서 초청·방문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글로벌 히스토리 국제네트워크(NOGWHISTO)’ 회장, ‘토인비재단’과 ‘세계역사학대회’ 등 국제학회의 이사로 있다.
폴란드 근현대사와 유럽 지성사에서 출발해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로 학문적 관심을 넓혀온 그는 ‘일상적 파시즘’, ‘대중독재’, ‘국사의 해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등의 독창적 연구를 통한 신선한 문제의식으로 한국 지식사회의 담론장을 흔들었다. 현재 그는 민족주의적 기억을 탈영토화해 초국적 연대를 지향하는 동아시아의 기억 문화를 탐색하는 데 학문적 실천의 주안점을 두고, ‘역사가’에서 ‘기억 활동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수십 편의 학술논문 외에 『마르크스·엥겔스와 민족문제』,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오만과 편견』, 『세계사 편지』, 『우리 안의 파시즘』(공저),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펴냈고, 『근대의 국경과 역사의 변경』, 『대중독재』 1~3, 『프랑스 혁명사 3부작』 등 다수의 책을 엮고 우리말로 옮겼다. 국외에서는 『Palgrave series of mass dictatorship』 총서(총 5권)를 책임 편집했으며, 미국·일본·독일·폴란드·프랑스 등 해외 유명 저널에 50여 편의 논문을 기고했다.
목차
프롤로그 기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이다 1부 기록에서 증언으로1.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2. 아우슈비츠의 아포리아3. 홀로코스트, 법정에 서다4. 부정론자 인터내셔널2부 실존의 회색지대1. 전사자 추모비와 탈영병 기념비2. 공범자가 된 희생자3. 희생자가 된 가해자4. 영웅 숭배와 희생자의 신성화5. 아우슈비츠와 천 개의 십자가6.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에서7. 1942년 유제푸프와 1980년 광주3부 국경을 넘는 기억들1.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와 일본군 ‘위안부’2. 안네 프랑크와 넬슨 만델라3. 홀로코스트와 미국 노예제4. 식민주의와 홀로코스트5. 홀로코스트와 제3세계 6. 나가사키와 아우슈비츠4부 살아남은 자의 무게1. 경계의 기억, 기억의 경계인2. 수난담의 기억 정치3. 용서하는 자, 용서받는 자4. 논리적 반성과 양심의 가책5. 이성과 도덕이 충돌하는 야만의 역사에필로그 연루된 주체와 기억의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