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개
우리는 종종 혼자 떠도는 ‘길 위의 개’를 만난다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여름 휴가철 바닷가에서, 주택 재개발이 한창인 도시 한구석에서, 혹은 우리 일상이 펼쳐지는 도시 한복판의 골목에서 그리고 아주 가까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우리는 종종 마주치곤 한다. 혼자 떠도는 ‘길 위의 개’를. 그럴 때마다 착잡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한동안 눈길을 주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잠시 알아보는 동안만 그들은 겨우 존재할 뿐이다. 그러곤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금세 잊히고 다시 버려진다.휴가철 다음으로 1~2월에 유기견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 강아지를 선물받고 한두 달 키워 보니 힘들어서 버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마다 유기 동물 수가 늘어나자 정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게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절실함에 호응하여 무턱대고 실행하도록 두어도 괜찮을까? 그보다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의 의미와 책임감을 먼저 일깨워 주어야 하지 않을까?그렇다면 여기 이 책을 주목하자. 반려동물을 돌보며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을 6편의 동화에 담아낸 강숙인 동화집 『길 위의 개』가 푸른책들 미래의 고전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길 위의 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겪게 되는 아주 사소하면서도 절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과 반려동물과의 관계, 또 그 관계와 얽히고설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아주 구체적이고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 동화집은 우리가 혼자 떠도는 ‘길 위의 개’를 문득 마주치는 순간,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우리 삶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