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패배하지 않아
“우리는 여러 번 패배를 맞닥뜨리겠지만, 결코 패배해서는 안 된다.”2020 ‘칼데콧 대상’ 수상 그림책 지난 2020년 5월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2020년 ‘칼데콧 대상’뿐 아니라 ‘뉴베리 아너상’과 ‘코레타 스콧 킹 상’까지 동시에 수상하여 큰 화제를 모은 그림책 『우리는 패배하지 않아』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시금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그림책에서 우리는 매우 낯익은 인물들을 발견한다. 르브론 제임스나 세레나 윌리엄스 같은 현역 스포츠 스타를 비롯하여, 올림픽에 출전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금메달을 향해 달린 제시 오언스·윌마 루돌프 같은 흑인 선수들, 흑인들이 자유·정의·평등을 위해 싸우도록 이끌어 준 마틴 루서 킹·말콤 엑스와 같은 사회 운동가들, 루이 암스트롱·빌리 홀리데이와 같은 위대한 흑인 예술가들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역사의 흐름 속에 각인된 보통 사람들도 만난다. 노예가 되었으나 불굴의 투지로 희망과 신념을 향해 살아 나간 숱한 아프리카인들, 연합군을 위해 남북 전쟁에서 싸운 흑인 병사들, 그리고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테러와 폭력에 희생당해 이 세상에서 스러져 간 이들까지, 이 책에 모두 담겼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아』는 반복적인 시구를 통해 흑인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트라우마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회복력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이는 미국에 사는 흑인들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온갖 핍박과 차별을 받으며 쓰러지고 또 일어서는 숱한 사람들의 강인함과 용기에 바치는 찬가이기도 하다.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패배하지 않는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 행동하는 사람들, 바로 우리들에게 바치는 시이자 편지인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역사와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과 의식을 스스로 예리하게 벼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