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밭이 들려주는 흙의 노래를 들어볼래?
《밭의 노래》는 이해인 수녀의 시로 만든 첫 그림책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어른들을 위한 시로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 발표한 시는 ‘동시’입니다. 1970년 어린이 잡지《소년》에 동시 하늘, 아침 등이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지요. 밭노래라는 시는 생전에 동화작가 정채봉 씨가 이해인 수녀의 동시 중 가장 좋아하는 동시로 꼽았던 것으로, 밭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소와 식물, 곤충들을 정겹게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해인 수녀가 몸담고 있는 수녀원에서는 각자의 텃밭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돌본다고 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밭 이름은 ‘꽃구름밭’이라고요. 공동으로 밭일을 할 때마다 시인은 젖이 많은 엄마처럼 수많은 농작물들을 먹여 살리는 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고, 흙을 비옥하게 하는 지렁이나 굼벵이도 징그럽다기보다는 고맙고 정겹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한 마음이 이 시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밭의 노래》는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와 열매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한 어린이부터 어린 시절 보았던 밭의 풍경이 그리운 어른까지 함께 읽으며 배우고 공감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시인은 밭 가까이 살기가 어려운 요즘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밭의 풍경을 보고 느끼며, 밭을 터전으로 자라나는 작은 생명들의 소중함을 새롭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상추, 쑥갓, 무, 배추, 감자, 호박, 당근, 오이 등 흙냄새 나는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움, 놀라움, 고마움의 빛이 마음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자소개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펴내고 “고독의 진수를 깨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을 호명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 수녀는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넘치는 사랑과 정갈한 자기 반성이 읽는 이까지 물들이고, 일으켜 세우는 수녀 시인. 수녀는 시집 『작은 위로』에서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임을,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임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사실은 용서하지 않은/나 자신을 용서하기/힘든 날이 있습니다”라는 고백도 털어놓았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가 왜 시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지상의 모든 대상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고, 편지로서 만나고, 그리움으로서 만”난다. 그리하기에 수녀의 시는 기도로서, 편지로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뒤틀린 언어로 뒤틀린 세계를 노래”한 시들이 줄 수 없는 “위안, 기쁨, 휴식, 평화”를 주기에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또한 이해인 수녀는 악기의 소리로 시를 쓴다.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감동과 전율로 그녀의 시를 읽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리듬에는 “사기(邪氣)”도 “불화”도 없다. 오묘한 화성의 조화,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평생을 죄지은 자, 상처받은 자들을 감싸 안아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사랑해온 수녀님의 순결한 영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소리다. 그리하여 수녀의 글을 받는 이들은 “행복하다.”
한편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 1주기(2008년 9월 8일)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뜻밖의 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수술을 받고 잠깐 동안의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이같은 마음은 열 번째 시집 『엄마』에 잘 담겨 있는데,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해인 수녀에게 선물로 주신 도장집, 꽃골무, 괴불주머니 등 어머니의 유품 사진들과 잔잔한 사연을 함께 담고 있다.
시집으로는 『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시간의 얼굴』『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눈꽃 아가Snow Flower Songs』『작은 위로』『작은 기쁨』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두레박』『꽃삽』『사랑할 땐 별이 되고』『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등이, 옮긴 책으로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마더 테레사의 아름다운 선물』『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365 매일매일 기적의 하루』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