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청소년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5편의 단편을 모은 이금이의 청소년소설집이다. 이금이 작가는 친구를 옥상에서 밀어 버린 아이에 대한 뉴스를 본 뒤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벼랑』을 쓰게 되었다. 떨어져 다친 아이보다 친구를 민 아이가 작가의 가슴에 남았다. 원래부터 문제아나 비행 청소년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작가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청소년들의 삶을 그리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하는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낸다.
어떤 작품이든 그 글을 쓴 작가가 체득한 삶이 스미게 마련이다. '작가의 말'에서 고백했듯이 막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두 자녀를 가지고 있는 작가는 수록된 단편소설들을 통해서 이 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청소년들의 삶을 진정으로 들여다보며 그들과 함께 고민하여 삶의 보편적 진실성을 획득하며 궁극적으로 '치유'에 까지 이른다.
▶『유진과 유진』의 작가 이금이, 그의 세 번째 청소년소설 『벼랑』
근래 청소년문학의 붐이 일어난 것은 그 바탕에 국내 청소년소설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적 작품인 이금이의 『유진과 유진』(푸른책들, 2004)과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바람의아이들, 2004)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 출간된 두 중견작가의 이 작품들은 비평가와 독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명실 공히 국내 청소년소설계의 쌍두마차 격이 되었다.
최근, 뒤늦게 청소년물에 뛰어든 일부 메이저 출판사들이 몇몇 신진작가들을 전면에 내세워 각종 미디어에 물량 공세에 가까운 프로모션을 통해 이들이 청소년문학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떠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청소년문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앞선 인식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삶과 밀착된 작품을 완성도 높게 써 낸 작가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진과 유진』의 경우만 보더라도 출간 이후 4년 동안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청소년문학 시장을 꾸준히 넓혀 왔다.
일찍이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탁월한 성장소설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 이금이는 2004년 『유진과 유진』으로 청소년소설의 포문을 열었고, 2006년 두 번째 청소년소설 『주머니 속의 고래』로 그 입지를 굳혔으며, 그간 쌓인 내공으로 이번에 세 번째 청소년소설 『벼랑』을 펴냈다. 2년 간격으로 완성도 높은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펴내는 그의 모습에서 작가적 자존심이 엿보인다. 씨앗을 심고 땅을 다지듯 단단하게 청소년문학의 토양을 가꾸고 있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을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