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세상
더 많이, 더 빨리 소비하는 삶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상자들이 보내는 묵직한 이야기.
클릭 한번에 주문하고 하루만에 배송받는 간편하고 신속한 소비 세상에서 쌓여 가는 포장지와 박스를 보며 아주 잠깐이라도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나요? 『상자 세상』은 여느 때처럼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받아 든 어느 날, 집 구석에 쌓여 있는 상자들이 윤여림 작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재활용 쓰레기통에도 뜯겨진 상자들이 가득했고요. 작가는 그때 문득 상자들이 세상을 먹어 치우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미지 속 상자들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번개쇼핑 택배 기사는 수백 개의 택배 상자를 가득 싣고 배송을 시작합니다. ‘띵동, 택배 왔습니다.’ 어느 아파트 누군가의 집 현관 문 앞에 택배 상자가 배달되었어요. 힐끔 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던 남자는 쓱 택배 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드디어 왔구나!’ 잔뜩 기대감에 찬 남자는 택배 상자를 열어 주문한 물건을 확인해요. 헬멧 모양의 자동칫솔! 남자는 더 이상 상자가 필요 없는 상자를 밖으로 휙 던져 버립니다. 휙! 툭! 슉! 뻥! 아파트 각 층, 각 호에서 버려진 택배 상자들은 쌓이고… 쌓이고… 쌓입니다. 어느새 아파트보다 더 높이 쌓인 상자들. ‘배고파!’라고 외치더니 갑자기 상자들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우적우적, 쩝쩝, 와구와구 먹어 치우기 시작합니다. 과연 세상을 집어삼킨 상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상자에 집어 먹힌 사람들과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